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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학교에서는 끊임없는 일깨움과 힌트를 주는 안내자와의 생활을 통해 스스로 해내기 힘든 깨어있는 삶에 대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게 됩니다. 이를 통해 몸, 마음에 그 삶이 ‘배이도록’ 하면 이제 일상에서도 기존의 관성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얻게될 것입니다. 이 일기 난에는 마음의 힘을 기르기와 일상의 통찰일기, 관성다루기 관련 글이 실립니다.

. 마음의 힘을 기르기 :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빼놓지 않고 행하는 이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 꾸준함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터득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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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511일차: 똥 묻은 운동화의 사랑
by 푸리 on 22:05:16 in 일기

자연에 말걸기의 마지막은 똥이 장식해주었다.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고 나서야, 신발 바닥에 커다란 똥이 진득하게 묻어있음을 발견했다. 마지막 연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신발 바닥에 주의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황하고 있는 찰라, 월인 선생님께서 빗물을 받아둔 곳을 알려주셨고, 향기님께서 솔과 빗물로 신발 바닥을 닦아주시기 시작했다.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어는 날씨에, 장갑도 하나없는 맨손으로, 더럽다는 타박은 커녕 싫은 기색도 하나없이, 정성스럽게 신발 바닥을 닦아주셨다. 

그 와중에도 우왕좌왕하느라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으려니, 세탁하기 좋은 자세까지 알려주셨다. 그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고 죄송함과 당황함과 감사함이 뒤섞인 채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향기님의 맨손과, 얼음장같이 차가웠을 물의 온도와, 향기님의 걱정어린 사랑이 느껴졌다. 계속 푸리가 얼마나 놀랐을까 염려하시던 향기님의 마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서 따뜻한 물로 운동화를 닦으면서도 느껴지는 추위속에서, 향기님의 꽁꽁 얼었을 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그 사랑이 너무 진하고 따뜻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 함께 해주신 도반님들께서는, 똥이 묻었어도 의연했다고 칭찬을 해주셨고, 아이에게 그 칭찬들을 읽어주며 둘이 신나게 웃었다. 마치 신생아가 똥 닦을 때 울지 않았다고 장하다고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똥이라는 단어에는 깊은 사랑과 즐거움이 연결되었고, 더 이상 혐오스럽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순간순간 강렬하게 올라오는 존경과 사랑의 느낌들을, 늘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으며 살려고 노력했었다. 그 느낌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면 '거짓말'이라고 믿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과 존경만 표현해야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랑을 실컷 표현해도 안전했던 아이라는 존재가 정말 너무 오아시스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도반님들께는, 존경과 사랑과 미움과 분노들을 이것저것 다 표현해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는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그 분들에 대한 신뢰가 생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변치않는 감정은 없다는 것, 그래도 순간순간 올라오는 사랑과 존경의 느낌 역시 있는 그대로 진실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진: 어떤 단어도 고정불변의 느낌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똥'이라는 단어도 '가족'이라는 단어도, 계속 그 느낌과 의미가 푸리 안에서도, 모든 사람들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해가고 달라진다. 


선: 푸리의 운동화에 묻은 똥을, 사랑으로 닦아주신 향기님


미: 향기님이 구워주신 배추전의 고소하고 짭조름하고 따끈따끈 바삭부드러운 맛


감사한 것: 사랑을 표현할 줄 알게 된 것. 미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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