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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36일차: 선과 선택
by 푸리 on 22:59:46 in 일기
어제 깜빡이 없이 끼어들기 한 차량을 본 후로 안 켠 운전자를 신고해야한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선을 긋고, 이 선 밖에 있으면 비난하고 응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성이니까... 그런데 신고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처음 깜빡이 안 켠 운전자를 보았을 때 느낀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은,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 더 조심하는 게 어떨까?"라는 신호였던 거 같은데, 그 사람을 "내가 그은 선" 밖에 두고 신고를 하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운전을 하면서 "안전"보다 "시비"에 더 집중해서 오히려 위험하게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더욱 더 방어운전하고 더 많이 살피면서 다니는 것을 선택하고 돌아다녀보니 깜빡이를 안 켜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앞차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서, 머리를 들이밀 생각을 못하게 하고, 대신 깜빡이를 켜면 거의 다 양보해주었다. 신고를 하고 안하고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마음에 미움과 분노가 있을 때, 그래서 상대를 선 밖으로 밀어내고 도덕적 낙인을 찍은 상태에서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타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올 때 그럴 때 신고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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