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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475일차: 틀림과 반복의 아름다움
by 푸리 on 22:50:19 in 일기
오랫만에 피아노를 쳤다. 그나마 최근에 연습한 곡을 몇 번 친 후에, 몇 년동안 안치던 악보를 펼쳐보았다. 워낙 '잘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좋아하는데도 손을 놔버렸던 곡이다. 아이가 뒤에서 앉아있어서, 예전이었으면 긴장되고 눈치보였을텐데, 오늘따라 그렇게 틀리고 또 틀리면서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한참 연주를 하다 보니, 아이는 잠이 들어 있었다. 그 후 설거지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이도 틀리는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아이 뒤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소리에 집중했다. 멜로디를 기대하며 들을 때는 틀리고 반복연습 하는 게 거슬렸는데, 순간 순간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보니, 한 음 한 음이 독립된 파동으로 들리고 편안했다. 감정이 올라오면 가만히 눈을 감고 느끼고 있었고, 걸을 때도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오는지 느껴보았다. 어제 바다님께 들었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려는 충동이 올라왔었는데, 다시 또 감지연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감정을 다루는 것도, 피아노 연주처럼 연습해보고 싶다.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진: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들으면, 어떤 연주도 아름다운 파동으로 느낄 수 있다. 선: 맛있는 과일을 팔아주신 근처 과일가게 사장님, 진료해주신 의사 선생님 등 미: 아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함께 노래하던 순간의 즐거움. 감사한 것: 귀가 많이 유순해져서, 좋은 조언들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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