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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54일차:지금으로 돌아오기
by 리타 on 19:32:50 in 일기
오늘의 진선미: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의 모습 보리수관 지붕에 올라가는 것을 며칠동안 계속 하고 있다. 선생님게서 보리수관 지붕 꼭대기에서 똑바로 선 채 내려오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질 때까지 해보라고 하셨다. 비탈진 지붕을 내려오면서 발바닥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첫 번째는 두려움이 바로 사라지고, 두 번째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내려오는 목적으로 몸을 사용하는데 에너지가 쓰이게 된다. 발바닥의 감각은 그냥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바닥 감각은 내 발바닥과 지붕의 표면이 ‘지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보이다. 느낌은 항상 나와 대상의 만남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말이다. 그래서 발바닥 감각을 느끼는데 집중하면 발바닥을 통해 지붕을 더 안전하게, 굳건하게 디딛는 쪽으로 움직임이 조율되는 것 같았다. 또 발바닥의 감각은, 선생님께서 몸이 무의식이라고 하셨듯이 내 심리 상태도 그대로 보여준다. 두려움에 함몰되어 잇을 때는 몰랐는데 발의 감각으로 주의를 가져가면 내가 무서워서 발가락을 다 오므리고 발바닥도 수축해서 오히려 지붕위에 완전하게 닿지 못하고 위태하게 서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리상태는 몸에 그대로 드러나있구나 하는 것이 와닿았다. 또 발바닥은 몸의 일부이지 혼자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바닥의 감각은 내가 다른 몸의 부위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두려움 속에서 몸을 사리며 걷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해서 걸으면 발바닥 뿐만 아니라 몸의 다른 부분들도 거기 협력해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온전하게 발바닥의 감각이라는 부분을 느끼면 그것이 이미 몸 전체를 느끼는 것 같았다. 발을 디딜때 골반을 뒤로 빼 몸의 무게 중심이 낮아지게 하고 팔의 적당한 위치를 잡게 되며 시선도 바로 세우게 되었다. 걷는다는 것은 단지 발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몸 전체가 관여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부드럽고 효율적인 움직임은 지금에 깨어있을 때 온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으로 돌아오기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계속 생활하고 있다. 오늘처럼 강한 두려움을 딛고 높은 지붕 위에서 똑바로 서서 내려올 때는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그 때의 ‘지금’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발바닥의 감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바닥의 감각이 아니라 온전하게 발바닥의 감각을 느낌으로써 지금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 발바닥 감각을 통해 계속해서 돌아오게 되는 지금은 나를 두려움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힘,또 그 상황을 고도의 효율로 헤쳐나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 돌아오기라는 주제는 내가 정한 주제도 아니었고, 그래서 사실 그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금의 힘을 의식적으로 경험할수록 그것이 지금으로 돌아오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오늘의 감사: 오늘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도중 선생님께서 나는 주변에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위기의 순간마다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시고 내가 잘되는 것만을 바라며 애써 주셨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을 떠올리면 항상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도 받기만 하지 말고 그 분들의 말을 존중하고 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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