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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127일차: 의식과 제어
by 푸리 on 22:33:19 in 일기
명상을 할 때, 호흡을 "바라보려고" 하면, 자꾸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뭔지를 모르겠다.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앗차 싶어서 호흡으로 주의를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호흡은 오직 "잠을 잘 때"만 가능한 것 같다. 잠에서 깨는 순간 통증이 몰려오는 걸 보면, 그 순간 호흡이 틀어지고 근육의 긴장이 시작되는 듯 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심각한 불면은, 몸의 긴장도를 많이 끌어올렸다.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습관은, 모든 상황을 제어하려는 습관인 것 같다. 월인님은 최선을 다했다면, 내맡기고 기다리면 된다고 하셨는데, 최선을 다한다는게 뭔지를 모르겠다. 예를 들면, 시험시간에 제한이 없는 시험을 보는 경우, 조교가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시험을 봤다.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 5시간, 6시간,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안되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답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시험이 끝난 후 복통과 현기증과 배고픔 등등에 시달리긴 했지만, 노력하면 점점 나아지는 걸 아는 이상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물이 내가 아니고, 그 기준이 내가 아니라고 "배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는데, 어떻게 노력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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