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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178일 - 일어나는 현상속에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 파악하기
by 매화 on 22:10:36 in 일기
1. 오늘의 진선미
1)함양의 풍경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오디관 앞의 잔디밭을 보았다. 앞에는 푸른 산과 파란하늘, 햇빛, 빨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태풍, 밤이, 까미, 목희도 반가웠고, 노을이도 반가웠다. 맑은 날씨속에서 기쁨과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함양의 자연이 아름답고 참 좋았다.
2) 거미줄
앵두관에 누워있는데 창문으로 나뭇가지 사이에 친 거미줄이 보였다. 바람이 불자 거미줄이 사정없이 흔들렸고 그 속에서 거미들이 위태롭게 있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거미들은 평생을 집을 짓고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간이라면 거미들처럼 평생을 집을 짓고 수리하는 반복적인 패턴에 무의미함과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집 짓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미들은 늘 거미줄로 집을 짓고 그곳에 걸린 곤충들을 사냥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는듯 했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가만히 있고, 누가 거미줄을 헤치면 도망갔다가 다시 거미줄을 친다.
인간들은 분별하고 판단하는 생각의 기능 때문에 스스로의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고, 더 나은 것을 구한다. 그로인해 기존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진화하고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것의 장점도 있지만 그로인해 괴로움도 생겨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지겹다, 허무하다, 지친다라는 판단없이 늘 새로운 날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살아가는듯 하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것이 늘 같은 것이 아니라, 늘 새롭기에 신비로운 것 같다.
거미들도 매번 집을 고치고 망가지면 새집을 짓는 행위를 평생을 반복하며 살다가 죽는 것 같지만, 그래도 늘 그렇게 살아가는 거미의 모습에 삶이라는 것이 꼭 새롭고,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삶이라는 것은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것에 거미처럼 묵묵히 제 할일을 하다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고 상관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2. 오늘의 주제 : 일어나는 현상속에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 파악하기 - 물들지 않는 주체 확인하기
1) 느낌을 느끼는 바탕
느낌이 일어날 때 느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느낌을 느끼는
작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은 분별도 판단도 호오도 없는 그저 느낌을 알아차리고 있는 무엇이었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알수 있는 것인지 명확히 알수는 없집만 분명한 것은 느낌이라는 것을 느끼는 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낌을 통해서 알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머리속으로 끊임없는
생각들이 말처럼 떠올라 그것을 느끼고 글을 쓰고 있다. 느낌을 느끼는 작용, 느낌을 느끼는 그 바탕에 초점을 맞추자 그 느낌과는 상관없이 물들지 않는 것임을 알수 있었다. 느낌이 거칠든, 약하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이미지든, 대상에
대한 느낌이든 그것은 바탕위에 일어났다가 어느순간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느낌들이
느낌을 느끼고 있는 작용, 그 바탕을 증명해주고 떠나갈 뿐이었다. 물들지
않고 끈임없이 일어나는 몸의 작용, 마음의 작용, 감각적
작용들을 비출 뿐이었다. 수많은 작용들을 알게 해줄 뿐이었다. 물들지
않음을 통하여 나에게 어떤 감정이나 사건이나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바탕이 비춰주는 하나의 느낌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나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불안감, 고통, 감정들이 그것이 바탕위에 비춰진 나의 느낌인 것이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물들지 않는 바탕이 있음이 위로가 되었다. 물론 위로하는 것도 하나의 느낌이라는 것을 안다. 바탕은 무엇도 없는듯 하다. 그저 수많은 현상들을 알게 해줄 뿐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있을 뿐이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 배경
지곡아주머니가 오셨는데 처음에는 지곡아주머니만 보였다가
지곡아주머니를 느끼고 있는 그 바탕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맞추려는 의도를 보고 계속해서 느끼는 바탕에
초점을 맞추었더니 지곡아주머니가 아니라 지곡아주머니 뒷배경이 더 눈에 들어오면서 배경속에 있는 지곡아주머니가 보였다. 지곡아주머니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그 선명하게 보이는 것 뒤에 깔린 배경이 나에게는 더 주의깊게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대상을 볼 때 그 대상의 느낌을 보느냐, 그 대상의 느낌을 깔린 배경을 보느냐에 따라서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또한 대상만 보일수도 있고 배경과 대상이 같이 보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경험은 밖에서도 몇번 있었는데 내 마음이 느낌의 바탕에 초점을 맞추니까 실제로 눈에 보이는 대상도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앞으로는 대상에게 빠지지 않고 그것의 바탕,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바탕의 자리를 늘 확인하고 싶다.
3) 자연스러운 통찰과 애쓰는 통찰
느껴지는대로, 통찰이
오는대로 탐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요가수트라를 들으면서도 피곤해서 졸기도 하고 그랬는데
대상을 내 마음에서 분별하고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것을 분별하고 아는 것에 중심이 옮겨지면서 원래 나뉘어진 것이 아닌데
내 마음이 나누고, 좋고 나쁨이 없는데 내 마음이 좋고나쁨을 나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전에 알던 통찰들이
다시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분별은 마음의 일이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다. 내 마음이 분별할 수도 있고 분별없이 하나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별하고 나누고 판단하는 것의 바탕, 그 현상들이 일어나는
그 자리, 그것은 분별도 나뉨도 호오도 없는 곳이다. 하나라는
것도 없고 둘이라는 것도 없고 나도 없는, 그저 일어나는 느낌들을 아무런 판단없이 알아차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느낌을 비출 뿐이다. 보여질 뿐이고, 들릴 뿐이지 그것이 무엇이다, 좋다, 싫다, 있다, 없다가
없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바탕위에 좋고 싫음이 있고, 있고
없음, 고통과 행복, 삶과 죽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밖에서는 이런 통찰들이 잘 일어나지 않았는데 공부의 끈을
놓치않고 선생님을 만나러 오고, 이곳에 있으니 그동안 백일학교를 통해 경험했던 것들과 밖에 나가서 경험한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 또 다른 통찰을 만들어 내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느낌을 느끼는
그 자리에 대하여 그것에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밖을 나갔다 오니 예전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스스로에게
와닿는 때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애쓰거나 뭘 더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공부를 끈만 놓치않고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나에게 그 순간에 찾아오는 통찰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통찰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통찰이 잘 되는 날도 있고, 느낌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날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절실함을 만들기도
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자양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툭 다가오는 통찰들은 생각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애를 써서 하는 것은 머리로 알아지는 것들이 많은데 어느순간 툭 알아차려지는 통찰들은 느낌이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툭 다가왔을 때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그것이 나를 바꾸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환경은 중요한 것 같다.
오늘 주제를 탐구하면서 그동안 바탕위에 일어난 괴로움과
슬픔의 현상, 그림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리석음속에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4) 일기
일기를 쓰다가 날렸는데 그 마음을 보고, 일어나는 느낌과 상관없는 바탕을 확인하고 다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보니 일기를 날렸을 때의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또 다시 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느낌이라는
것은 순간적이고 잠깐왔다가 가는 것, 역시 그렇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재확인하였다.
3. 오늘의 감사
- 맑은 날씨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 선생님, 수디님, 메타몽님, 아소님과 함께할 수 있음에 또 선생님과 여러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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