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일(15일차)

사색력과 절실함

(주제)

경험의 통일장: 내가 하는 사소한 경험 하나가 우주 전체의 경험을 대표한다는 것을 느끼고 거기에서 통찰 얻기

(행동)

선생님께 주제 관련 미션을 부여받았다. 1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 방에 누워서 생각도, 행동도 아무것도 안 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2시간이 지난 탁상시계를 보았다.

(현상)

요즘 통찰이 어렵게 느껴졌다. 주제에 관한 실천을 해야 하는데(의도) 낮잠을 자서 시간까지 없어지니 조바심이 올라왔다. 선생님이 주신 미션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바탕이었다. 그래서 영혼까지 끌어올려 떠올린 오늘 한 경험 하나와 다른 하나는 조바심 즉 절실함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끌림이 있는 개쑥부쟁이꽃이 발견되었다. 이 두 가지를 사색해 보았다.

(경험)

1.태풍이(강아지)와 아침산책을 했다. 태풍이는 차분하게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가는 산책을 즐기는 편으로 보인다. 태풍이 리듬에 맞춰 충분히 냄새를 느낄 수 있게 기다려 주면 태풍이는 미소를 지으며 내가 기다리고 있는 방향으로 걸어온다. 그때 아주 충만한 느낌을 풍기며 나를 의식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 해석으로는 내게 고마워하고 신뢰한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보인 느낌이랄까. 그럼 나도 같이 고맙고 행복하고 태풍이를 신뢰하게 된다.

2.주제에 관한 통찰을 하고 싶다는 절실함을 가지고 강아지 사료를 나눠주러 가는 길에 발밑에 개쑥부쟁이꽃이 발견됐다. 조경 판석(디딤석) 좁은 틈 사이로 피어난 꽃이 아웃포커싱되어 보였다. 또렷하게 꽃만, 배경은 다 뿌옇게 보이는 경험을 했다.

(통찰)

1.행복해 하는 태풍이를 보면 왜 나도 같이 행복해지는 걸까? 그리고 상대가 행복해하면 왜 나도 행복해질까? 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이에 선생님이 몇 가지 질문을 해주시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은 보통 행복하고 기쁘면 마음이 열리고, 너와 나로 구분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화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상대의 감정(행복)을 같이 느낄 때 더욱 생존에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찾아보았다. 통찰이 아직 어려운 1인. 

2.통찰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이 개쑥부쟁이꽃을 보게 한 듯하다. 판석 사이에 씨가 날아와 혼자 힘으로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운 쑥부쟁이가 좀 감동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판석들이 마치 기존에 내 기준, 패턴들로 느껴진다. 이 사이에 작은 틈으로 일어난 통찰이 감동적으로 좀 느껴진다. 판석들이 경직되어 있고 조각조각 엉성하게 위치한 모습이 내가 가진 기준과 패턴처럼 보인다. 이 사이에서 피어난 작은 통찰. 어떤 것에도 묶이지 않는 유연함과 자유로움이 쑥부쟁이 씨앗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