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이리저리 날뛰는 것을 "바라보고", 동일시한 신념들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생각은 끊임없이 명령을 내렸고, 지금도 내리고 있고, 그 생각들로 괴롭습니다. 생각들이 주인이고 "나"가 노예 같습니다. "나"는 그저 파블로프의 개처럼 어떤 자극에 대해 습관처럼 반응하는 기계 같습니다. 특정 자극이 오면, 자동으로 특정 신념에 동일시 되고, 그 신념과 자극을 대조하여, 느낌과 감정이 일어나고, 그 감정은 수많은 생각들을 투척합니다. 

"나"가 동일시 된 신념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로, 그래서 그 신념의 타당성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도 못하는 채로, 그 신념이 떠들어대는 "생각"이라는 목소리들이 "나"를 조종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너무 빨리 그리고 강하게 동일시가 되기 때문에, 무엇에 동일시 되는지 바라보는 게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이 존재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동일시된 어떤 신념의 목소리라는 것을 간신히 파악한 후로, 겨우겨우 그 목소리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매우 답답함을 느끼는데, 이것은 "나"를 알아주지 못할 때, 즉 무엇에 동일시 되었는지 바라보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 같습니다. 

며칠 전 언젠가 적어두었던, 감정 매뉴얼을 다시 들여다 봅니다.

순간순간 반복해서 날뛰는 감정은, 끊임없이 다른 것에 자동으로 동일시 되는 대상을 관찰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1. 답답함은 “지금 동일시 된 신념”을 발견하지 못하여, “나”를 알아주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집에 비가 샐 때 마음이 너무 아픈 이유는, “나는 집이다”라는 생각과 동일시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집에 비가 좀 샌다고 이렇게까지 상처받는 건 너무 이상해!!!”라고 이성이 말했다면, 감정은 즉시 답답해질 것입니다. “나”가 곧 “집”이니까, 집에 새는 비는, “내가 피를 흘리는” 것처럼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 기쁨은 “지금 동일시 된 신념”에 대해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발견했을 때 발생합니다.

3. 슬픔은 “지금 동일시 된 신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을 때(신념의 상실) 발생합니다. “가족은 나와 항상 함께 할 것이다”라는 신념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 발생했을 때처럼 말입니다.

4. 두려움은 “지금 동일시 된 신념”이 위태로울 때(신념의 상실에 대한 가능성 발생) 발생합니다.

모든 감정은, 동일시의 결과입니다.

동일시가 삶의 유용한 도구라면, 감정은 그 도구를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입니다.

동일시한 "신념"(=나)의 목소리를 따라줄 때, "나"는 강화되며, "나"의 목표는 오직 그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해칩니다. 

신념은 진리도 아니고, 존재도 아니고, 단지 일정 시간 "나"와 동일시 된 것임에도 말입니다. 

이 경험이 고통스럽지만, 매우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으로 패턴을 깼기 때문입니다.

마치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타인의 일에 뛰어들어 도와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불에 타기 직전에 멈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불 가까이에서 멈칫대고 있어서 뜨겁고, 자꾸 뛰어들라는 신념의 목소리가 버겁습니다. 불 속에 뛰어들어서 활활 타버리면 시원할 거라고, 이 답답함이 사라질 거라고 신념이 끝없이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과거의 경험들이 말합니다.  불 속에 뛰어들었다 나와도 찰나의 시원함과 깊은 후회만 남긴다는 것을요. 

꿋꿋이 신념의 목소리를 흘려보내고, 그 신념을 발견해보고자 합니다.

신념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강한 둑은 매우 견고해보이지만, 이렇게 하나의 신념을 발견하고 그것에 금이 가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모든 둑들이 그러하듯이 어느 날 무너져 내릴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