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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168일차: 그저 바라볼 뿐
by 푸리 on 16:36:16 in 일기
바다님의 일기를 읽다가, 바다님이 "해석"한 월인님의 말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젊었을때 다른 일에 신경을 전혀 못쓰고 마음을 보는 일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뭔가를 발견하지 못했어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에너지를 쏟았으니. 그러한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다. 만약에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본성을 향해 힘을 쏟아낸 패턴 자체가 인류 전반의 본성을 향한 흐름에 일조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받아 가슴이 뿌듯해지는 느낌이 올라왔다. 코 끝도 시큰해졌다. 43세의 푸리는, 저 이야기에서, 푸리의 이야기를 읽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학교에 가고, 빠르게 졸업을 하고, 빠르게 취직을 하고, 빠르게 은퇴를 했다. 다른 일에 신경을 거의 못 쓰고, 공부하고 일 하는데만 주의를 기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회로 가득찬 삶이었다. 그러다가,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공부와 일을 정말 하고 싶어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길을 걷다가 신호등을 보면서, 이 시스템을 관통하는 알고리즘을 파악하려고 자동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꼈었다. 일상을 모조리 최적화시켜버리려는 관성이 지긋지긋했다. 그것이 현존하지 못하게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알고리즘에 깊이 집중한 그 순간 또한 현존의 일종임을, 문득 발견하였다. 그 순간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이, 그저 그 원리 자체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좌절만 가득해 보였던 과거의 나날속에도 집중하는 현존의 시간이 있었고, 그랬기에 살아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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