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에 여동생과 함께 맨발 등산을 했다. 인생 최초의 맨발 등산이었다. 

산을 맨발로 올라가자니, 그 전에는 안 보이던 게 보였다.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자동으로 사람들 발만 보게 되었다. 

90% 이상의 사람들이 맨발이었다!!!!!!!!!!! 신발 신은 사람을 거의 못 만났다. 

그렇게 한참 사람들 발만 보며 산을 오르다보니, 맨발인 한 여성분께서 갑자기 말을 거셨다.

산 중턱에 접지(어싱)하기 좋은 땅이 있으니 꼭 들러보라며 지도를 꼼꼼하게 그려주셨다. 

워낙 훌륭한 지도 덕분에 그 좋은 땅을 금새 찾았다.

땅은 검고 촉촉한 흙으로 뒤덮혀 있었고, 노인분들이 그 땅에서 체조를 하고 계셨다.

알고보니 체조를 지도하는 여자분은 73세의,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70대 부문 1등을 하신 분이셨다!

팔과 다리의 두툼한 근육을 보여주시며 우리까지 덤으로 지도해주셨다.

검은 땅의 정체는, 체조를 함께 하는 분들께서 산 중턱의 풀을 전부 뽑아낸 다음에, 

삽으로 땅을 뒤집어 엎고; 땅을 파서 물을 퍼올리셔서, 그 물을 뿌려 만든 것이었다.

그 촉촉한 땅에서 한참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고 내려왔다. 

여동생과 점심을 먹으며, 도대체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즐겁고 신기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처음 만난 분들이 기꺼이 베풀어주신 친절도 신기하고, 접지용 땅을 만든 노인분들의 열정도 감탄이 나왔다.

가슴에 몽글몽글하기도 하고 두근두근하기도 한 느낌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