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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509일-내용이 아닌 구조
by 바다 on 21:56:29 in 일기
-오늘의 진선미 미: 연못에 비친 백일홍 -오늘의 주제: 내용이 아닌 구조 오늘도 어김없이 큰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것에 대한 저항에 자주 동일시 되어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 깨달음이 정말 있을까 의문이 들때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자 깨달음은 없고, 진리도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새롭게 와 닿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진리’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그것을 추구해왔던 것 같다. ‘진리’를 추구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나’는 보지 못했다. 숭고한 것, 대단해 보이는 것을 추구할 수록 그것을 추구하는 ‘나’도 강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 와 닿고 있는 것은 진리는 어딘가에 따로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진실된 느낌을 주고, 투명한 것이라도 그것이 느껴지는 한 내용이며, 내용은 마음 위에 떠오른 그림이기에 진리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추구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내용이 아닌 구조를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도 그러한 맥락 아래서 이해되는 듯 했다. 모든 느낌들이 그것의 반영이라는 것을 믿음으로써 가는 길도 있겠지만 지혜의 길에서는 그 ‘믿음’ 자체의 작용을 의식화함으로써 가는 것 같다. 에너지가 어느 하나의 생각에 모이고, 다시 흩어지는 이런 구조 혹은 작용 속에서 믿음이 일어난다는 것이 의식화될수록 믿음들이 하나, 둘 힘이 빠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믿음을 다른 더 진실된 것 같은 믿음으로, 내용을 다른 더 투명한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믿음 자체의 구조를 의식화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감사 청향관 인터넷을 끊어주시느라 고생하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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