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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185일차: 아무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일어났다.
by 푸리 on 22:46:32 in 일기
호흡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과 감정이 올라오는 게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순간순간 호흡을 놓치는 때가 많이 있었다. 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들이었다. 약 3주 전부터, 병원들을 전전하며 검사를 하고 있다. 그 3주 동안 검사 결과는 복부의 종양 => 단순 염증 => 염증도 없음. 이라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종양이 있다고 "믿었을 때"는 정말 온 몸의 기운이 없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냥 단순 염증이라고 "믿었을 때"는 갑자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항생제를 2주나 먹어도 염증이 사라지지 않는 괴이한 질병이라고 "믿었을 때" 다시 또 절망했다. 그 검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호흡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의 건강에는 아마도 3주간 큰 차이가 없었을 텐데, 검사결과로 인한 마음의 움직임이 너무 어이없기도 하고 기묘했다. 요즘 거의 매일 꿈을 꾼다. 얼마 전에는 아버지가 바람이 났고, 어제는 할머니가 쫓아와서 도망쳤다. 둘 다 현실에서 일어난 적 없거나,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인데, 생각속에서 자주 두려워했던 것들이다. 눈을 뜨면 망상속에서, 눈을 감으면 꿈 속에서 살고 있다. 땅에 발 붙이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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