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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 - 의식적으로 주제를 품고, 그에 맞는 경험과 새로운 발견을 하는 놀라운 과정
by 홀로스 on 23:38:04 in 공동체 학교
청년 백일학교와 공동체 학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온비님에게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연: 청년 백일학교에 오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나요? 온: 제가 청년 백일학교에 오기 전에 성지님이 진행한 <너머스쿨>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었어요. 너머스쿨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감정, 생각, 느낌 느끼기를 알려주고 직접 실천하는 모임이에요. 이 과정을 6개월 정도 했어요. 6개월 동안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 생각, 느낌들을 느끼고 살펴보는 과정을 계속 했어요. 일상을 살면서 어떤 상황 속에 부딪힘이 일어날 때, 그 상황이나 상대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지금 내 느낌은?’이라 질문하며 내 안에서 올라오는 느낌을 살펴보고 부딪힘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인 내 기준에 대해서 깊이 살펴보았어요.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어요. 지하철이 도착했고 사람들이 내릴 때까지 저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아줌마가 저에게 “왜 이렇게 빨리 안 들어가!”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때 바로 ‘지금 느낌은?’이라고 질문을 했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을 깊이 느꼈어요. 그 느낌이 몸에 어느 쪽에서 느껴지는지 잡고, 그 느낌의 가로, 세로 크기와 세기를 재보며 ‘느낌 자체’를 살펴보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렇게 느낌을 느끼는 과정에 집중하니 화는 서서히 가라앉으며 어느새 사라져 있었어요.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세우고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쪽으로 질문을 했어요. 그랬더니 <지하철이 도착했을 때에는 사람들이 다 내리고 타야한다.>라는 기준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을 했는데요, 이렇게 일상에서 저에게 올라오는 느낌과 기준들을 살펴보는 과정을 계속 했어요. 너머스쿨 과정이 6개월 뒤에 끝이 났고 저는 어느 때처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가장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는 느낌 느끼기나 기준 바라보기를 전혀 할 수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회의’를 하는 상황을 제일 두려워해요. 사람들과 모여 자유롭게 내 생각과 의견,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이 힘들고 두려웠어요. 매일 회의시간마다 저는 강력한 두려움에 휩쓸려 그 느낌에 휘둘리는 나날들이 계속 되었어요. ‘왜 이러는 거지?’ 저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어요. 왜냐하면 6개월 동안의 너머스쿨 과정을 통해 느낌 느끼기와 기준 바라보기가 자리가 잡힌 것 같았으나 큰 두려움이나 트라우마의 상황 속에서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이 두려움을 느낌으로 느끼면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라는 것을 아는데, 이게 너무 강력한 느낌이다 보니 실천이 안 되었어요. 배운 건 있는데 그것이 제 삶 속에서 적용이 안 되니까 너무 힘들었죠. 그때 좌절을 많이 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청년 백일학교에 가서 이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의 뿌리를 뽑고 와야겠다!’ 솔직히 그런 힘든 감정들을 없애고 싶었어요. 백일학교에 가면 그게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이 있었어요. 연: 백일학교 과정과 1년 동안의 공동체 생활을 하셨는데 각각 어땠는지 말씀해 주세요. 온: 청년 백일학교에 오면 21일 동안은 하루에 1가지씩 주제를 주세요. 예를 들어 ‘전적으로 수용하기, 매 순간 무슨 일을 하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같은. 한 달 동안은 하루에 주어진 주제를 품고 그 주제에 담긴 의미를 일상을 보내며 얻어진 내 경험과 연결되어 새로운 통찰이 일어나는 것을 새롭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제를 품고 삶을 살아가며 관찰하는 힘을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100일 동안 주제를 품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느낌이 올라왔을 때 그것에 동일시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을 관찰하는 쪽으로 중심이 많이 이동된 것을 느꼈어요. 느낌을 그저 느낌으로 관찰하는 힘이 커졌다고 할까요? 연: 빠지는 게 아니라 살펴본다고 하셨는데, 그 둘이 어떻게 다른가요? 온: 제가 가장 힘들어 하는 상황인 ‘회의시간’으로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자면, 내 의견이나 생각을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바로 강력한 긴장감이 제 온 몸을 감싸요. 그 상황 속에서 긴장감에 빠진다는 것은 그 느낌에 잡아 먹혀서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해요. 긴장감 속에 빠져 있게 되면 팀장님과 팀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한 개도 들리지 않게 되죠. 긴장감이라는 바다 속에 허우적거리며 빠져 있는 거죠. 살펴보는 것은 회의 상황 속에서 긴장되는 느낌이 느껴지면 바로 몸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위치를 잡고 경계 그리고 가로, 세로, 세기를 재면서 그 느낌 자체를 느끼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해요. 연: 그렇게 느낌을 살펴보면 빠졌을 때와는 다르게 차이가 생기나요? 온: 느낌에 빠졌을 때에는 그 느낌이 불러일으키는 생각들이 정말 많아요. ‘나는 이제 끝났어,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거야, 회사 생활 앞으로 더는 못 하겠어 등’ 정말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꽃을 피워요. 회의가 끝나고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계속 들어서 하루 동안 계속 저를 자책하고 살아요. 그날 하루는 거의 실패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느낌을 살펴보면 그 긴장감이라는 큰 느낌을 그 순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억누르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지금 회의 시간에 긴장을 많이 하고 있구나’ 라고 이해하게 되면서 그 긴장되는 느낌 자체에 대해 궁금해지고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요. 연: 그러면 느낌 자체를 느끼는 거지, 생각을 느끼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온: 네 맞아요.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지는 느낌 자체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 과정을 하고 있으면 그 느낌이 불러일으키는 오만가지의 생각들에 주의가 저절로 가지 않게 되요. 연: 그러면 회의하는 데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온: 네. 물론 오래된 느낌이라 회의 상황만 되면 긴장감이 크게 올라올 수는 있어요.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 그 느낌 자체를 깊이 살펴보다 보면 느낌의 세기가 강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잦아지고 약해질 때가 있어요. 그렇게 느낌을 그저 살펴보다 보면 바람처럼 지나가 있어요. 그러면 회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죠. 연: 백일학교 졸업 후에 1년 동안의 공동체 학교생활을 어떠셨나요? 온: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갔어요. 여기서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의 성향이 모두 달랐죠. 그러다보니 생활하면서 서로 부딪히는 상황도 참 많았어요. 모두가 다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아까 너머스쿨 때 했었던 기준 바라보기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부딪힘 속에서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세우고 있었던 내 안의 기준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연: 백일학교에 오기 전에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딪힘이 많았을 것 같은데, 공동체 학교에서 부딪히는 것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온: 예전에는 사람들과 부딪힘이 생길 때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저 사람이 문제야!’라고 바로 판단해 버렸어요. 남 탓을 했죠. 나는 당연히 맞는 거고. 그런데 공동체 학교에서는 이 부딪힘은 내가 이 상황 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반응 되어진 거라는 것을 백일학교 과정을 통해 깊이 살펴보며 배웠기 때문에 그런 관점으로 살펴봐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부딪힘이 일어날 때 바로 내 기준을 살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 같아요. 그게 다른 것 같아요. 연: 한 가지 예를 들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온: 청년 백일학교 8차 학생인 은빛님과 설거지를 함께 하고 있었어요. 제가 비누칠을 하고 은빛님이 헹구는 역할을 맡았죠. 설거지를 하는 도중에 은빛님이 하고 있는 어떤 행동 하나에 큰 부딪힘이 마구마구 일어났어요. 어떤 행동이었냐면, 컵을 한 손으로 잡고 물로 몇 번 휙휙 헹구고 끝나는 거예요. ‘뭐지? 왜 손으로 컵 안을 뽀드득 닦지 않고 한 손으로 대충 닦는 거지?’ 저는 은빛님의 그 행동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 안에서 많은 부딪힘이 일어났어요. 연: 설거지를 대충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가요? 온: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일단 제 기준을 본다는 것은, 먼저 ‘아, 나는 두 손으로 뽀드득 소리가 나게 컵을 헹궈야만 한다.’는 기준을 그 상황 속에서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예요. 붙잡고 있었던 기준이 의식적으로 확인이 되면 그 기준에서 힘이 저절로 풀려요. 의식적으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러니 제 기준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은빛님에게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두 손으로 깨끗하게 헹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그러니 은빛님이 한 손으로 닦으니 부딪힘이 많이 올라왔어요.“ 라구요. 제가 먼저 제 기준을 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을 하니 은빛님도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 패턴을 의식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 소통이 저절로 되어졌어요. 누구 하나 자기 기준을 주장하지 않게 되었어요. 연: ‘한 손으로 컵을 헹구고 있는 저 사람이 잘못됐다!’가 옛날이라면, 지금은 ‘내 안에 컵을 두 손으로 뽀드득 하게 닦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구나!’라는 것이 다른 건가요? 온: 네 맞아요. 물론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기준을 갖고 본다면 그것이 당연히 잘못되었다고 받아들이고 상대방에게 왜 그렇게 하냐며 삐딱하게 말했을 거예요. 그러나 저는 그 상황 속에서 우선 부딪히는 느낌을 느낌으로 잡고 왜 부딪히는 지를 질문을 통해 살펴보았더니 제가 그 상황 속에서 세우고 있던 기준을 의식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되었던 거죠. 제 기준을 확인하고 그 상황을 보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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