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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첫번째 일기
by 이하은 on 20:57:37 in 일기
오늘의 주제 : 매 순간 무슨 일을 하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보기. 1. 앵두관과 오디관에 걸려있는 차임을 관찰해보았다. 앵두관의 차임은 도자기 재질에 얇고 가늘어서 높고 가늘지만 청량한 소리가 났고 오디관의 차임은 굵은 쇠파이프 재질이라 낮고 굵지만 무게감 있는 소리가 났다. 차임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높은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앵두관의 차임은 청량하고 예쁜 소리가 나지만 오디관의 차임은 편안하고 안정감 있고 깊은 소리가 난다. 나는 오디관 차임 소리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께서 그러한 관찰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냐고 물어보셨지만 답을 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큰 소리를 내고 싶을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셨다. 생각해보니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고 작을 때 큰 소리를 내고 싶어지는 듯 했다. 차임의 길이가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나고 길고 굵을수록 낮지만 안정감 있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2. 내가 오랫동안 쓰던 텀블러를 이번에야 제대로 들여다 보았다. 오래된거라 겉에 텀블러 몸통 부분의 칠이 벗겨져 있는데 오늘 보니 뚜껑을 여는 버튼도 칠이 벗겨져 있었다. 버튼은 내 손에 가장 많이 가려지는 부분이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눈에 바로 들어오는 몸통 부분의 흠은 바로 보였지만 작고 손에 잘 가려지는 부분의 흠은 내가 주의 깊게 봐야만 보이고, 그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버튼 부분에 벗겨진 곳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내 눈에 보여야만 나에게 존재하는 것이고,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나에게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것은 나와는 별개로 존재하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침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본다는 것의 의미가 떠올랐다. 내가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보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에게 갇힌 채로 무언가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경험과 나라고 규정 지은 것들에 매여서 무엇인가를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 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는대로 판단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순간들을 그런 채로 살아왔던 것 같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보이는 대로 판단해버리면 상처 주기도 쉽고 상처 받기도 쉽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생긴 감정은 아주 오래 남아서 또 다른 관계에 안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따라서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것은 진짜 본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로 인해 내게 불편한 감정이 생겼다면 그냥 넘겨버리면 되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해도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해서 진짜 그렇게 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깨닫게 된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3. 오늘 나의 할일 중에 하나는 나무를 둥글게 다듬는 일이었다. 그 일을 맡기 전에는 나뭇가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도 없었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무를 둥글게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이가 제각각인 나뭇가지들이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빨리 길게 자란 나뭇가지들을 다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아무런 불편함도 주지 않았던 나뭇가지들이 내가 '똑같이 다듬어야겠다' 하는 기준을 세우고 바라보니 내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이 불편해진 것이다. 또, 감정이란 것은 내가 주의를 주어야 느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께서 몸이 힘들면 바로 그만두라고 하셨기에 세 그루 정도만 다듬고 그만둘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저분해 보이는 나뭇가지들이 눈에 걸렸고 다 다듬지 않고 끝내려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한 그루만 더, 한 그루만 더, 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이 다듬고 있었고 팔이 너무 아팠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이 더 싫어서 참고 계속 다듬었다. 중간에 불편한 감정을 가만히 느끼고 지나가게 놔두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잠시 쉬어보았지만 결국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나머지 나무까지 다 다듬었다. 계속 내가 연습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나만의 기준들을 참 많이도 세웠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내 모습을 참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그 지친 모습조차도 용납이 되지 않아서 스스로를 많이 닦달했던 것 같다. 그런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예를 들면 나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긴 시간 동안 공부하고 조금 자야 한다라는 기준이 무의식에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정해놓은 공부량을 평소보다 일찍 끝내면 내가 열심히 안한 것일까봐, 제대로 안 본것이 있을 까봐 불안해져서 독서실 문이 닫을 때까지 앉아있고는 했다. 내가 독서실에 맨 마지막으로 남아있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집에 먼저 가는 것이 열심히 살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싫었다. 또 아침에 늦게 일어나거나 6시간 이상을 자버리면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서 어떨 때는 공부에 집중이 안될 정도였다. 하루의 시작부터 실패했다는 생각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이런 것들이 다 나만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생긴 감정들이었고 나는 그 감정들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매여있었다. 열심히 '사는 것'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것에 집중한 것 같다. 그 놈의 열심히가 뭐라고... 아무튼 앞으로 내가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할 부분을 하나 발견한 것 같아서 조금은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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