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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1일차: 썬글라스 되기.
by 푸리 on 15:28:28 in 일기
아침에 나가려는데, 평소에 쓰던 썬글라스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1"에 답답함이 올라오는 순간 마음2가 말했다. 마음2: 다른 썬글라스 쓰면 되고, 다 마음에 안들면 새로 사면 되지... 마음1: 더 답답해!!! 그 답답함을 가만히 느껴주며 마음2를 조용히 시키니 마음 1이 말했다. 마음1: "나"는 꼭 "그 썬글라스"가 필요해. 마음1: "나"는 "그 썬글라스야!" 그제서야 답답한 마음이 사라졌다. 그 때의 주의는 "그 썬글라스"에 확 쏠렸기 때문에, "그 썬글라스"와 동일시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마음2(아마도 이성인 듯)가 "나와 동일시 된" "그 썬글라스"를 부정하는 것은 곧 "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 후 순간순간 계속 "나"가 무엇과 동일시 되는지 관찰하였다. "나"는 엄청나게 다양한 것과 엄청나게 잦은 빈도로 "자동적이고/무의식적으로" 동일시가 되었다 풀렸다 했다. 때로 통증이 되었다가, 집이 되었다가, 아이가 되었다가, 남편이 되었다가, 운동 코치님이 되었다... 느낀 점: 1. "의식적으로" 꽃과 나무에 주의를 보내는 게 어렵더니, 무의식적으로는 잘도 주의를 확확 보내서 동일시를 하고 살았구나. 습관성 동일시인이었구나! 2. "나"와 "그 썬글라스"를 동일시 하고 있을 때는 썬글라스의 부존재가 나의 부존재를 의미해서 답답했지만, 그 동일시를 "바라보는" 순간, "나"와 "그 썬글라스"가 분리되어 답답함이 사라졌다. 3. 월인님께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으로, 그 감정을 느껴주는 방법과, 그 근원에 동일시한 것을 바로 찾아내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가 더 근본적인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경험했다. 4. 정말 "주의"를 쏟으면 그것이 "나"가 되는구나!!! 를 경험했다. 의문점: 1. 주의가 에너지이고 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 시작하는 곳은 어디지? 2. 주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3. "나"는 "집"도 되었다, "책"도 되었다, "썬글라스"도 되었다, "펜"도 되었다, "신념"도 되었다가 하면서 변화무쌍하게 하루종일 바뀌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고 강력한 "변치않는 나"라는 느낌이 될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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