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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191일차: 절약의 고통 관찰하기
by 푸리 on 23:38:02 in 일기
낮에 운동을 가면서, 집에 아이가 있는 것을 잊고는 전체 소등을 하고 가버렸다. 핸드폰도 두고... 아이 방은 빛이 들지 않아 낮에도 어두운데, 갑자기 불이 꺼지니 무슨 일인지 폰으로 물어보았더랬다. 운동 끝나고 돌아오니, 아이는 전체소등 버튼을 끄고 일상을 살고 있는데, 나만 죄책감이 올라왔다. 또 습관적으로 불을 껐구나... 빈 방에 불이 켜져있다. => 끈다. 혹은 내버려둔다. 이렇게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빈 방에 불이 켜져있다. => 깜짝 놀란다 => 끈다. => 왜 놀라는거야(저항) => 고통으로 해석 이렇게 흘러간다. 빈 방에 불이 켜져있다. => 깜짝 놀란다 => 놀란 것을 바라본다. => 왜 놀라는 거야(저항) => 저항을 바라본다. 그걸 연습해보려고 한다. 검소하게 사는 것은, 어떤 자발적인 의지나 의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고통스러운 습관이다. 아주 사소한 낭비라도 걸리면 맞거나 혼나며 자란 덕분에, 불이 켜진 빈 방을 보면 통증과 두려움이 올라온다. 낭비를 할 때마다 감전이라도 당하며 훈련된 개처럼 사는 것이다. 다만, 똑같이 혼나면서 자랐어도, 여동생들은 적당히 근검절약하며, 조금 낭비해도 고통받지 않는다. 아마 나만 유난히 그게 너무너무 끔찍하게 싫었나보다. 아이가 남긴 요거트 한 스푼, 밥 풀 몇 개를 긁어 먹으면서, 그게 거슬리는 스스로가 두렵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해서 상처를 줄까 두렵다. 그 거슬림과 두려움도 바라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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