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8 17 수_ 29일 / 감지연습 14

# 오늘의 진선미

바위를 굽이쳐 흐르는 강물, 어떻게든 흘러간다.

# 오늘의 주제

계곡에 솟아오른 바위들을 순차적으로 느끼며 감지연습을 하고 있었다. 바위를 계속 바라보아서인지 계곡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무척 연약하고

가벼운 존재로 느껴졌다. 그러다 바위 틈새에 난 잡초 한 송이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것도 약함, 흔들거림의 느낌으로 인식되었다.

바탕의 느낌이 무엇으로 깔려있느냐에 따라 그 바탕 위에서 인식되는 대상들은 그것과 연계되어, 또는 대비되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감지연습은 마음이 한번 크게 동요된 후에 시작했기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못했다. 나를 지키려는, 내 스토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그 완성되지 못하고, 속속들이 말해지지 못한 스토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답답한 마음을 대상의 느낌으로 대치해 보려고 했다.

마음은 다른 느낌으로 대체는 되지만 또 다시 그 강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그런 와중에 아주 기이하게 생긴 거대한 나무둥치를 만났을 때는

순간 그 대상의 느낌이 스토리가 만든 느낌을 압도했다. 이렇게 느낌은 상대적이다.

스토리를 나라고 여긴다고 한다. 머릿속 스토리가 말로써 완결되지 못했을 때의 답답함, 내 스토리를 옳다고 여기는 마음, 스토리가 사실이라는 믿음.

이 모든 것이 스토리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토리 구조이기 때문에 잘 빠져들고, 잘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스토리는 한 방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면 스토리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늘 여지없이 속는다. 그리고 내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스토리면

더 정신없이 빠져들어 옴짝 달싹을 못한다. 이 쳇바퀴에서 벗어날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