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진선미

미: 산이 비구름에 덮힌 모습 

-오늘의 감지연습

100가지 단순한 식물 감지 연습을 했다. 50까지는 경계그리고 전체를 느낀 후 빠르게 지나갔고, 나머지 50은 더 세밀하게 느낀 후 전체를 느꼈다. 원래는 산책하면서 해서 빠르게 다른 식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의 간격 때문에 전에 보았던 식물의 상과의 비교에서 오는 느낌이 조금 희미했다. 그런데 빠르게 넘어가니 조금 더 느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얼마나 땅에 단단히 뿌리박혀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고 여린 풀을 보다가 과거에 뽑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억센 풀을 보았을때의 느낌의 차이에서 그런 것들이 감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러 잎들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도 느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우산처럼 펴져있는 잎이 달린 식물들을 연달아 감지했는데 미묘하게 달랐지만 공통된 느낌이 느껴졌다. 이 느낌을 통해 각각 다른 식물들을 같은 종이라고 느낀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쑥, 달래, 꽃다지 등 이런 개념들은 외부의 실체와는 상관 없이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 조금 더 분명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오늘의 주제: 질서에 매이지 않되 질서를 깨뜨리지 않기

선생님께서 아침 모임 때 자아 또한 질서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질서 있는 에너지 패턴, 질서잡힌 경험들. 그렇기에 질서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 질서가,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을때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여, 자신을 끊임없이 새로이 갱신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변하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늘 변화를 맞이하는 것. 

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손의 움직임도 느낌이라고 하셨다. '손'이라는 것이 있을까? 느낌만이 있다고 하셨고 그 말씀이 바로 이해되지 않아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감지연습을 하면서 각각 다른 식물들을 같은 종이라고 느끼는 것이 마음의 느낌이라는 알아차림이 오자 그 말씀이 조금 더 이해되었다. 아직 통찰이 아닌 생각이지만'손'이라는 것 또한 개념이며 손과 다른 대상을 구분하고 '나의 손'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마음의 느낌이라는 것이 조금 더 와닿았다. 

이후에 노래를 들을때 최대한 지금에 집중해보려고 했는데 그럼에도 노래가 연결되어서 들렸다. 방금 전에 들었던 멜로디와 가삿말이 지금 듣는 소리와 연결되서 내 안의 질서를 따라 쌓이며 하나의 노래로 느껴졌다. 모든 느낌들이 질서와 함께, 시간감과 공간감 안에서 정리되어 쌓인다는 것이 조금 더 와닿았다. 

그런 느낌들을 알아차렸을때 조금 더 자유롭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까지 질서에 묶여있었다는 느낌을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선생님의 말씀들이 정리되며 질서를 '나'에서 탐구대상으로 바꿔가면서 질서가 나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가고, 그 질서의 기반이 되는 근본바탕을 자각하는 것이 질서에 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렇다면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질서를 좋은 도구로 이용하는 것일 것이다. 질서에 매이지 않되 질서를 좋은 도구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체성을 표현하는 개별성은 어떤 모습일까? 변하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늘 새로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직접 삶으로 살아보기 전에는 모를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것이 어려우니 조금 더 내 눈높이에 맞게 이 주제를 생각해본다면 '분별력을 균형있게 사용하면서 그 분별의 생각과 느낌에 빠져버리지 않는 것', '생각과 느낌에 동일시 되지 않고도 주변과 잘 어울러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일 것 같다. 

-오늘의 감사

차가운 몸을 따스하게 만드는 방 안의 온기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