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진선미

미:피어난 청매화꽃들이 아름다웠다. 

-오늘의 주제: 세상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무엇이든지 그대로 한다. 

사실 오늘의 주제를 받았을때 조금 찔렸다. 아침 모임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불쑥 약간의 불안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 느낌을 풀어보자면 내가 그동안 있어온 공동체의 경험과 이곳에서의 경험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신선하고도 새로운 충격들이 일어나자,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기존의 경험의 관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일종의 관성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빠른 기간 안에 이곳과 월인 선생님에 대해 신뢰해버린 나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래서 이 주제를 받자 미세하거나 사소하다고 느껴져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이곳에서 느낀 미묘한 저항감들을 알아차리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세워진, 내가 오랫동안 머물던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준들. 그 기준들이 이곳에 오면서 사라지거나 흐려지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그 기준으로 이곳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 판단을 인지하고 선생님을 따라 밭에 물도 주고 함께 지곡 한옥마을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향한 신뢰가 생긴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세상에서 들려오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이유 없이 나를 낮추는 것, 나의 경험을 숙이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유 자체가 경험의 일부이며 그것이 나이기에. 들으면서 지금까지 수행에 있어서 이유를 가지고 했던 것에 대한 회의가 올라왔다. 지금까지 내가 수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진리를 사랑하기에 수행한다.'라고 느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것 또한 이유가 있다는 측면에서 '진리를 사랑하는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감사: 조금 더 친해진 동물친구들, 마음을 열어주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