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 일기

깨어있기 둘째날 - 변화가 변화 없음을 확인

2019년 8월 17일

인식의 바탕, 근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오히려 느낌의 변화와 일어남 속에서 변화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된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변화를 통해서만 확인되며, 일어나고 사라지는 그 순간들을 통해 확인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느낌들은 그 순간 일어나고 사라져서 지나가고, 그것을 우리는 ‘느낀다’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일어났다고 하는 순간 이미 사라진다. 그러니까 일어났다는 것도 어찌보면 말로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붙잡은 것이며 사라진다는 것도 그 느낌이 없어진 그 순간을 말로 박제해놓은 것이다. 마치 이름 붙여 과거의 상으로 붙잡아 두듯이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느낌은 지나감뿐이며, 지나감이라는 말도 머무름에 대비된 표현인데, 사실 머무른다고 하지마는 특정 느낌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호흡은 계속되고 소리는 계속 들리며 시각적인 것도 계속 보이고, 삶이라고 불리우는 느낌들은 계속 지나간다. 즉 흐름은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인식의 바탕의 입장에선 절대로 머무름이란 있을 수 없고, 흐름뿐이다. 지나감이라는 말도 머무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치 강물이 끝없이 흐르고 또 흐르고 우주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말이다. 의식의 이러한 속성과 자연 우주의 속성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된다. 몸도 죽는 그 날까지 스스로 계속 작동되고 흐르고 마음도 흐르고 작동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변화를 통해서만 확인된다는 것은 현실을 사실로 알 때가 아닌 현상으로 알 때, 즉 현상을 현상으로 알 때, 현상이 본질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알거나 느끼거나 할 수는 없지만 드러난 현상 자체가 그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아직 어떻게 더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알 수 없다.